처음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고 러너들 사이에 섞이는 순간, 그들의 대화가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늘 존투로만 달렸어. 배번 아직이던데" 등등 러닝 단톡방이나 주변 러너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분명 한국어인데 무슨 말인지 도통 감이 안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괜히 나만 못 끼는 어려운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안심하세요. 이 낯선 단어들은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한 개념들입니다. 러닝 용어를 이해하는 순간, 여러분의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오늘 이 글에서 러닝의 기본 용어를 제대로 배워두면, 다음 번 그 대화 속에 당당히 끼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기록과 속도를 말하는 기본 단위들
러닝에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달렸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렸는지를 나타내는 기본 단위들인데, 이걸 익히고 나면 자신의 달리기를 훨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페이스
자동차에 시속이 있다면 러너에게는 페이스가 있습니다. 페이스는 1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합니다. 만약 1km를 6분 30초에 달렸다면 페이스는 6분 30초, 줄여서 육삼공이라고 부릅니다. 시속은 빠를수록 숫자가 커지지만, 페이스는 반대로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빠른 것이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헷갈리기 쉽습니다. 1km를 5분에 달리는 것이 6분에 달리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것이죠.
달리기를 막 시작한 초보자라면 보통 킬로당 6분 30초에서 7분 30초 사이의 편안한 페이스로 시작하는 것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체력을 키우는 데 가장 좋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빠른 페이스를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페이스가 빨라지는 즐거운 마법을 경험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숫자가 아니라 내일도 달릴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케이던스
케이던스는 1분 동안 발이 바닥에 닿는 횟수를 말합니다. 달릴 때의 발걸음 빈도, 즉 얼마나 빠릿빠릿하게 발을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엘리트 마라토너들은 보통 1분에 180번 내외로 발을 구르지만, 초보자 대부분은 160번 안팎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케이던스를 높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물으신다면, 이것은 곧 보폭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보폭이 지나치게 넓으면 착지할 때 발이 몸의 중심보다 훨씬 앞으로 나가게 되어 무릎과 발목에 강한 충격이 집중됩니다. 반면 케이던스를 높이고 보폭을 좁히면 충격이 분산되어 정강이 통증, 무릎 통증 같은 초보 러너들이 흔히 겪는 부상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
하지만 굳이 180회를 목표로 억지로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각자 신체 컨디션이 다르니 참고만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많은 스마트워치에서 케이던스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주니, 한 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개인 최고 기록
달리기를 오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에 진심이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5km, 10km, 하프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등 각 거리에서 자신이 달성한 가장 빠른 기록을 개인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Personal Best라 하여, 앞 글자를 따서 줄여 피비(PB)라고 부릅니다.
개인 최고 기록을 깨는 순간의 희열은 러닝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기입니다. 10초라도 기록이 줄어드는 그 뿌듯함 때문에 아침 일찍 이불을 박차고 나가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달리기를 이제 막 시작했다면, 기록보다 완주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기를 권합니다. 무사히 결승선을 통과한 경험, 포기하지 않고 달려낸 시간이야말로 초보 러너가 쌓아야 할 가장 소중한 개인 최고 기록입니다. 숫자로 남는 기록은 달리기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훈장 같은 것이니까요.
어떻게 달려야 할까? 훈련 방식 용어
밖에 나가 그냥 자유롭게 달리는 것도 당연히 좋지만, 목적에 따라 훈련 방식을 조금씩 달리하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러닝 커뮤니티에서 자주 등장하는 훈련 방식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조깅
조깅은 누구나 이미 아는 단어이지만, 사실 모든 러닝 훈련의 가장 근본이 되는 핵심입니다. 옆 사람과 대화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편안하게, 느긋하게 달리는 것을 뜻합니다. 달리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적절한 조깅 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깅의 진짜 가치는 심폐 지구력의 기초를 쌓는 데 있습니다. 느리게 오래 달리면서 심장과 폐가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 기반 위에서 스피드 훈련 같은 고강도 훈련이 가능해집니다. 프로 선수들도 전체 훈련의 70~80%를 이 조깅으로 채운다는 사실을 알면 조금 놀랍지 않으신가요? 느리게 달리는 것이 결코 게으른 것이 아닌, 가장 현명한 훈련 방식인 것입니다.
심박수 영역 훈련과 존투
스마트워치가 널리 보급되면서 러닝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 하나가 된 개념입니다. 우리 심장이 뛰는 속도, 즉 심박수에 따라 달리기 강도를 여러 단계의 영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훈련 방식입니다. 보통 1영역부터 5영역까지 나뉘며, 각 영역은 최대 심박수 대비 퍼센트로 구분됩니다.
이 중 2영역, 즉 존투(Zone 2)는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수준에 해당하는 구간입니다. 대체로 숨이 크게 차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가 가능한 강도입니다. 이 구간의 강도로 달리면 우리 몸은 에너지원으로 탄수화물보다 지방을 훨씬 더 많이 태우기 시작합니다. 체중 감량이나 건강 관리가 목표라면 존투 훈련이 특히 효과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존투 강도에서는 근육에 피로 물질인 젖산이 거의 쌓이지 않기 때문에, 훈련 후 회복이 빠르고 다음 날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습니다. 꾸준히 달리고 싶은 입문자에게 존투 훈련은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방식입니다.
장거리 저강도 훈련
주말 이른 아침 한강 공원에 나가보면 천천히 긴 거리를 달리는 러너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칩니다. 이들은 장거리 저강도 훈련, 현장에서는 영어 이름의 첫 글자를 따 엘에스디(LSD: 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하는 중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평상시 달릴 때보다 속도를 훨씬 낮추되, 달리는 거리나 시간을 크게 늘리는 것입니다. 강도는 낮지만 오랜 시간 지속되는 이 훈련은 몸이 장시간 움직임에 적응하도록 만들어 근지구력과 심폐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립니다. 하프마라톤이나 풀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하는 러너라면 이 훈련은 절대 빠져선 안 될 필수 코스입니다.
처음 엘에스디 훈련을 시도할 때는 평소 달리는 거리의 1.2~1.5배 정도에서 시작하고, 매주 10%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는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