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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만 해서는 빨라질 수 없다 — 마라톤 기록을 바꾸는 근력 훈련의 과학

KorMarathon 에디터 · 2026.06.01

"달리기를 잘하려면 달리기만 해야 한다."

많은 러너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훈련 시간이 생기면 달리기를 더 한다. 킬로미터를 쌓고, 장거리를 늘리고, 인터벌을 더 넣는다.

그런데 기록이 정체된다.

같은 페이스, 같은 주간 거리, 같은 고통.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

그것이 근력 훈련이다.


마라톤 선수가 웨이트를 들어야 하는 이유

엘리트 선수들은 이미 알고 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출신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분석한 연구들은 이들이 달리기 외에 체계적인 근력·플라이오메트릭 훈련을 병행한다고 공통적으로 보고한다.

왜일까. 달리기는 폐와 심장만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체중의 약 2.5~3배에 달하는 충격이 발목, 무릎, 고관절로 전달된다. 풀코스 마라톤에서 보행 수는 약 3만 5천 보. 그 충격을 흡수하고 추진력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육이다. 근육이 약하면 효율이 떨어지고 충격이 관절과 뼈로 집중된다.


과학이 말하는 근력 훈련의 효과

달리기 경제성을 높인다

달리기 경제성(Running Economy, RE)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 소비량을 뜻한다. 같은 페이스라도 경제성이 높으면 더 적은 에너지로 달릴 수 있다. 마라톤 후반부를 페이스 붕괴 없이 버티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2008년 노르웨이 연구진(Støren et al.)은 장거리 훈련을 꾸준히 해온 러너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8주간 주 3회, 고강도 바벨 스쿼트(최대 근력의 90% 강도, 4세트 × 4회)를 추가한 그룹은 달리기 경제성이 5% 개선되었고, 탈진까지 걸리는 시간도 21.3% 늘었다. 달리기 훈련량은 그대로였다.

2013년 스페인 연구(Sedano et al.)도 비슷한 결론이다. 16주간 근력 훈련을 병행한 러너들은 3km 기록이 평균 2.7% 단축되었다.

달리기 경제성 5% 향상이 풀코스에서 어떤 의미인지 계산해보면, 3시간 30분 완주자 기준으로 약 10~12분의 기록 단축에 해당한다.

부상 위험을 줄인다

달리기 부상의 약 50~80%는 과사용(overuse)에 의한 것이다. 족저근막염, 장경인대 증후군, 슬개건염, 스트레스 골절이 대표적이다. 이런 부상의 공통 원인은 특정 근육의 약화와 불균형이다.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병원의 메타 분석(Lauersen et al., 2014,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따르면 근력 훈련은 과사용 부상을 약 50%, 급성 부상을 약 1/3 감소시킨다. 스트레칭 단독보다 훨씬 강력한 효과다.

특히 러너에게 흔한 장경인대 증후군과 슬개건염은 고관절 외전근(중둔근)과 대퇴사두근 약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근육들을 강화하면 무릎으로 가는 부하가 줄고 부상 위험이 낮아진다.

후반부 스퍼트 능력을 만든다

마라톤 30km 이후 많은 러너들이 페이스를 잃는다. 유산소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육이 피로해지면서 지면 접촉 시간이 길어지고, 보폭이 줄고, 자세가 무너진다.

근력 훈련은 근신경계 적응을 유발한다. 운동 단위(motor unit) 동원 능력이 높아지면서, 근육이 피로해질 때 더 많은 근섬유를 효율적으로 끌어낼 수 있다. 2010년 핀란드 연구(Mikkola et al.)는 폭발적 근력 훈련을 병행한 러너들이 5km 레이스의 후반 스퍼트 능력에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러너에게 효과적인 근력 운동

달리기 동작은 본질적으로 단일 다리 지지(single-leg support)의 반복이다. 따라서 단일 다리 운동과 고관절·코어 중심 운동이 우선이다.

운동주요 작용 근육러닝에서의 효과
고블릿 스쿼트 / 바벨 스쿼트대퇴사두근, 대둔근, 햄스트링달리기 경제성 향상, 킥 파워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RDL)햄스트링, 대둔근, 척추기립근추진력 강화, 허리 안정성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대퇴사두근, 대둔근 (단일 다리)좌우 근력 불균형 교정
힙 쓰러스트대둔근보폭 확장, 고관절 신전 강화
편심성 종아리 레이즈비복근, 가자미근아킬레스건 부하 내성 향상, 족저근막염 예방
사이드 라잉 힙 어브덕션중둔근무릎 안쪽 쏠림 방지, ITBS 예방
플랭크 / 데드버그복횡근, 다열근 (코어)달리기 자세 안정, 에너지 낭비 감소
박스 점프 / 바운딩전신 (플라이오메트릭)지면 반발력 향상, 접지 시간 단축

주의: 처음 근력 훈련을 시작하는 러너라면 첫 4주는 자체 중량(맨몸) 또는 가벼운 무게로 동작 패턴과 안정성을 먼저 익혀야 한다. 무게보다 자세가 먼저다.


달리기 훈련과 어떻게 통합할까

주간 배분의 원칙

근력 훈련과 고강도 달리기(인터벌, 템포런)를 같은 날 연속으로 하면 피로가 겹쳐 두 훈련 모두 질이 떨어진다. 고강도 달리기와 근력 훈련을 다른 날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같은 날 해야 한다면 달리기를 먼저 하고 근력을 나중에 한다.

요일훈련 예시
쉬는 날 또는 가벼운 회복 조깅
인터벌 훈련 (고강도 달리기)
근력 훈련 (하체 + 코어 위주)
템포런 또는 중간 강도 달리기
근력 훈련 (단일 다리 + 플라이오)
장거리 훈련 (LSD)
쉬는 날 또는 가벼운 크로스트레이닝

주 2회가 효과와 피로 관리의 균형점이다. 대회 6~8주 전부터는 근력 훈련 볼륨을 줄이고 유지 위주로 전환한다.

훈련 주기별 전략

시기근력 훈련 방향
비시즌 / 베이스 기간주 2~3회, 볼륨·강도 모두 높게. 근력과 근신경계 기반 구축
훈련 중반 (레이스 12~8주 전)주 2회 유지. 플라이오메트릭 비중 높이기
테이퍼링 (레이스 6주 전~)주 1~2회, 강도 낮추고 볼륨 감소. 근력 유지 목적
대회 직전 2주근력 훈련 중단 또는 아주 가볍게만

흔한 오해 바로잡기

"근력 운동을 하면 몸이 무거워진다"

달리기 볼륨을 주당 40~60km 이상 유지하는 러너는 고칼로리 잉여가 없는 한 근비대(muscle hypertrophy)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에서 달리기를 병행하는 러너는 체중 변화 없이 근신경계 효율과 근력만 향상되는 방향으로 나타난다. 스포츠 과학에서는 이를 '동시 훈련(concurrent training)'이라 부르며, 달리기가 근비대를 억제하는 기전도 확인되어 있다.

"달리기 훈련량이 충분하면 근력은 자동으로 생긴다"

달리기는 주로 낮은 강도에서 반복되는 근수축 패턴으로, 폭발적 근력이나 최대 근력은 달리기만으로 충분히 자극되지 않는다. 특히 대둔근, 햄스트링, 중둔근 등 달리기의 핵심 근육들은 달리기만으로는 쉽게 과소 자극되어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러너들이 무릎 통증과 장경인대 증후군을 겪는 구조적 이유 중 하나다.


근력 훈련 시작 전 체크리스트

근력 훈련을 처음 달리기 루틴에 통합하기 전, 다음 항목을 확인한다.

  • 현재 주간 달리기 거리와 회복 상태를 고려했는가?
  • 첫 4주는 동작 습득 기간으로 설정했는가?
  • 고강도 달리기 전날 다리 근력 훈련을 피하도록 스케줄을 조정했는가?
  • 기존 부상 부위가 있다면 의사 또는 물리치료사와 먼저 상담했는가?

핵심 요약

  • 목표: 달리기 경제성 향상, 부상 예방, 후반부 퍼포먼스 유지
  • 빈도: 주 2회가 효과와 피로 관리의 균형점
  • 핵심 운동: 스쿼트·RDL·단일 다리 운동·코어 안정성
  • 배치 원칙: 고강도 달리기 훈련과 다른 날에 배치
  • 대회 전: 테이퍼링 시작 시점부터 볼륨 감소, 대회 2주 전부터 중단

달리기 기록의 천장을 만났다면, 해답은 더 많이 달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훈련실에 있는 바벨이 다음 레이스의 기록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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